‘당신’의 ‘정직함’과 ‘배려’가 당신의 친구에게 ‘사랑의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떠한가요? ‘우리’의 ‘정직함’과 ‘배려’가 우리의 이웃에게 ‘꼭 필요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가정형편으로 인해 끼니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 (약 35%) ‘식사가 어려울 만큼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약 74.4%)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표본조사 결과- 우리의 가까운 친구 혹은 이웃 중 경제적 부담으로 하루 한 끼 혹은 간단한 대용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학교 구성원들과 후원자들이 마음을 모아 사랑의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식사, '한동만나’ 를 소개합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동만나’를 기획한 김신균입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오랫동안 모금가로 일했고, 지금은 직장은 한동대학교에서 동일하게 모금가라는 직업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후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한동만나’는 팀원들과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학생들과 후원자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 한동만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동만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끼니를 거르는 학우들에게 ‘사랑의 위로’인 ‘따뜻한 식사’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6년 4월, ‘식사를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후원금을 시작으로, 학교 식당에 ‘한동만나’라는 메뉴를 만들었습니다. 한동만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본인의 가정 형편을 판단하고, 꼭 필요하다 생각하면 스스로 정직하게 이용하는 메뉴입니다. 학생식당의 2,800원의 메뉴를 100원으로 결제할 수 있고, 학생들의 정직한 선택을 바탕으로 즉, 아너코드로 운영하고 있기에 모든 학생이 마음먹으면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스스로 정직을 지키려 노력하며 꼭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배려함으로써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한 학부모님의 나눔’으로 시작된 한동만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정직과 배려’ 그리고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모여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너코드로 운영한다'라는 한동만나의 운영 방법이 궁금해요.
우선 아너코드를 소개하면, 한동대학교에는 ‘아너코드(Honor code, 명예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너코드란 ‘정직하게 양심을 지키며 살겠다는 약속’을 의미하며,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에서 다음과 같은 아너코드를 약속합니다. (“모든 말과 글과 행동에 책임을 집니다.”, “학업과 생활에서 정직하고 성실합니다." 등). 정직은 아너코드의 중요한 가치에 포함되며, 학생들은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정직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동만나는 학생들의 이러한 정직한 선택을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먹지 않는 학생들의 정직과 배려가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어떤 학생들은 한동만나가 꼭 필요한 형편인데, 혹시라도 더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참는다고도 해요. 그러한 친구들에게는 그냥 편하게 먹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죠.
한동만나를 왜 ‘아너코드’로 운영하기로 했나요? 학교와 학생들에게 ‘아너코드’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아너코드의 중요한 가치인 ‘정직’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드러나야 하기에, 한동만나가 정직을 훈련하는 또 하나의 장이 되길 바랐습니다. 소득분위 등을 기준 삼아 특정 학생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소득분위와는 달리 실제로는 필요한 형편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도 있어요. 아너코드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그중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아너코드에는 '사회의 무너진 정직의 벽돌을 다시 세우는 정직한 인재가 되자'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우리 사회를 보면 정직이라는 벽돌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안타까운 영역들이 많이 있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무너진 정직의 벽돌들을 다시 세워야 하고, 지난 세대가 잘못했더라도 그 다음 세대가 정직을 회복하는 일을 해야 하지요. 성품에서 비롯된 정직은 오래가지 못하기에 실수해도 용납되고 배워갈 수 있는 학교에서 정직의 훈련을 하려는 것이에요. 감독 없이 정직하게 시험에 임하는 것, 주운 돈을 주인에게 찾아주는 것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들이 정직을 배우고 있어요. 한동만나도 정직을 훈련하는 또 하나의 장으로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한동만나 캠페인이 자리잡기 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학부모님이 주신 후원금(300만 원)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학생들에게 1,889끼니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한동만나가 빨리 소진되었죠. 실제로 한동만나와 같은 것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필요할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표본조사를 통해, ‘가정형편으로 끼니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결과가 약 35%가 나왔어요. 또 ‘식사가 어려울 만큼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결과도 약 74.4%가 나왔어요.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못 찾고 있던 사람들이 한동만나의 의미에 공감하고 후원하기 시작했어요. 학교의 기관이나 후원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도 자신의 용돈을 후원하며 한동만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님의 나눔에서 시작되어 많은 사람의 도움이 모여 한동만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동만나 캠페인의 방법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학부모님께 후원금을 받았을 때,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방법을 찾던 중이었어요. 특정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장학금으로 후원금을 주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직접 전하고 싶었지요. 계속 알아보던 중, 동사무소에 있는 ‘사랑의 쌀독’이 생각이 났습니다. 사랑의 쌀독은 ‘누구나 쌀을 기부’하고,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 ‘아너코드’가 있으니, 이 같은 방법을 접목해 한동만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원자들이 만나를 채워주고, 학생들은 당당히 식사하도록 100원을 지불하고 먹도록 한 것이죠. 사랑의 쌀독처럼 누가 이용했는지도 모르게 만나를 전해주고자, 이용자 정보는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이용했는지 서로를 격려하고자 이용자 수만 확인하고, 정직과 배려로 만나를 이어가도록 하고 있어요.
한동만나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선생님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현재까지 학생들이 한동만나로 16,153끼니의 식사를 했는데, 후원금을 장학금으로 활용했다면 훨씬 적은 학생들에게 제공되었을 텐데, 많은 학생이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이용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감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다 소중한데, 저 또한 세 아이의 아빠이기에 마음에 정말 와 닿던 사례가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가정형편으로 용돈을 주시지는 못하지만, 자녀가 걱정되기에 자녀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니?’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때마다 학생은 그저 얼버무리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 학생이 이렇게 말해주더라고요. “이제는 엄마가 ‘밥은 잘 먹고 다니니?’라고 물을 때, 자신 있게 ‘밥 잘 먹고 다녀요. 엄마!’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이에요. 자녀의 밝고 떳떳한 목소리에 어머니도 힘과 위로가 된다고 말해주시고요.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미안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을 한동만나를 통해 감싸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한동만나 캠페인을 함께 만들어가는 학생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신가요? 한동만나는 ‘사랑의 위로를 전하고자 만든 것’이에요. 누군가 당신을 배려하며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죠. 이러한 의미가 왜곡되어 전해진 적도 있었습니다. 1,000원 식사 혹은 무료 식사는 많은데, 100원으로 식사를 하는 사례가 없었죠. 그래서 언론에서 100원 밥상이라는 자극적인 요소를 살려 한동만나를 보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더라도, 몇몇 학교 외부에 있는 일반 사람들이 100원짜리 밥상 궁금하다! 먹어보러 갈까? 등 왜곡해서 인식하는 것을 보았죠. 한동만나는 100원짜리 밥상이라는 가치 혹은 부끄러운 마음을 주려는 것이 아니에요. 한동만나는 사랑의 위로를 전하기 위함이에요. 성경에서 ‘만나’가 ‘광야 생활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의 나라에서 가져온 식사가 다 떨어져 의지할 곳이 없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셨던 사랑의 양식’이었듯 말이죠.
한동만나를 지속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동만나의 소식을 알리고자 일 년에 두 번 학교 소식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그러나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돈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한 방송에서 한동만나의 사례를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들에게 여성용품이 담긴 큰 박스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해서 함께 이야기가 나왔죠. 사람들이 다 보는데 여학생들이 여성용품 박스를 편하게 들고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였어요.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 속에서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경우들이 있는 거죠. 이때, 한동만나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도 이렇게 서로를 믿고 양심적으로 행하며 운영하면 가능한 방법이 않겠냐는 이야기를 한 것이에요.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에 한동만나가 바른 통로 역할을 하고, 이용하는 학생들도 함께 배려하며 만들어 간다면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만나와 같은 사례가 더 있을까요? 사회에 이러한 사례가 확장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 학교에서 몇몇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한 회사에서 여성용품을 후원 받아 학교 화장실에 비치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는 몇몇 학생들은 스스로 여성용품을 채워 넣기도 하고요. 정직이라는 표현은 어려울 수 있지만, 꼭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사회가 그렇게 꼭 필요한 누군가를 배려하는 측면에서 정직하게 행하고 또 서로를 신뢰한다면, 학교 내의 이러한 사례들이 사회로도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가정형편으로 어려워 꼭 필요한 사람들이 여성용품을 편의점에서 가져가고, 노숙자들도 끼니를 먹을 수 있는 어떠한 여건들이 이러한 사례들을 확장해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한동만나를 행정 처리하는 식당이나 양심 자율 계산대를 운영하는 학교의 빵 가게도, 인건비보다 손실률이 훨씬 적다고도 말하며 이러한 이점도 있었죠. 물론 이러한 것들이 금방 정착되지 않고 시행착오가 있을거에요. 하지만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정직과 신뢰가 회복된다면 세상은 정말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동만나'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첫 번째는 한동만나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해 돕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통로로써 한동만나를 계속 유지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한동만나와 같은 프로젝트가 다른 곳으로 많이 확장되길 바랍니다. 먹을 것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정말 많아요. 사회에서도 한동만나와 같은 사례들을 적용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제공되길 바라요. 그렇게 정직을 훈련하는 곳들이 확장되길 기대합니다. 처음에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가며 세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해요. ‘한 학부모님’의 장학금이라는 시작이 감사한 열매를 맺고,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배려’가 사랑의 위로를 지속하듯, 사회에도 이러한 ‘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모이면 따뜻한 사랑의 위로가 가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모금가로서 삶의 목표를 공유해주세요. 모금 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손길을 전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죠. 정말 힘들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경험하고 그 도움을 기억한다면, 더 바르고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도 내 주변의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활동을 기획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좀 더 개인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바람이 있어서, 통일이 되었을 때 이러한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가 정말 크잖아요. 만약 통일이 되면 이로 인해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이 있을 것이고, 주민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죠. 그때에도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모금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에 한동만나를 통해 미리 이러한 일을 해본 것은 제게 정말 감사하고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고, 앞으로도 이 역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한 '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삶을 계속해서 살고 싶어요. 인터뷰 김미화 인턴 (현장 협조_이민주 인턴) 사 진 김신균 및 아모르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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