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이들도 좋은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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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하빈초(대구시 달성군 하빈면)에 부임한 신민철(27) 교사의 고민은 깊었다. 이제 막 군에서 전역한 신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대구시 최외곽에 위치한 하빈면은 마을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교육환경이 열악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30명이 채 되지 않는 폐교 위기의 외딴 학교였다. 이런 상황에서 신 교사는 “도시 아이들 못지않은 훌륭한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에 최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를 활용해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4월 칸아카데미의 리더스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칸아카데미는 미국의 엔지니어 출신인 살만 칸이 빌 게이츠의 후원으로 만든 온라인 무료강의 사이트다. 프로그램 이수 후 신 교사는 학교 컴퓨터실에서 칸아카데미의 무료 소프트웨어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는 거였어요.” 칸아카데미는 마치 게임하듯 공부할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수준별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별로 자주 틀리는 문제와 왜 틀렸는지가 기록되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실 수업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교실에서도 몇 개의 노트북을 여럿이 돌려가며 사용해봤지만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와이파이가 안 돼 휴대폰 태더링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다 보니 자주 끊겼다. 이 때 하빈초는 신 교사가 주축이 돼 교육부에 무선 인프라 사업에 지원해 당선됐고, 올 초엔 학교 전역에 무선 인터넷망이 깔렸다.
문제는 태블릿이었다. 교육부에서 일부 지원을 받긴 했지만 그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아이들에게 태블릿을 하나씩 주고 싶었다. 지난 4월 그는 교육 스타트업인 ‘클래스팅’의 스마트교실 이벤트에 응모했다. 그의 진심을 알아본 클래스팅은 신 교사의 담임 반을 스마트교실로 선정했다. 이후 학생들은 선물로 받은 태블릿으로 클래스팅의 교육용 프로그램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 교사의 에듀테크 실험 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크게 올랐다. 그가 담임인 5학년의 경우 수학 성적이 평균 70.2점에서 74.4점으로 증가했다. 인근 지역에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교실엔 올 초 다른 지역에서 2명이 전학을 와 13명이 됐다.
지난 8월에는 칸아카데미의 국내 파트너인 커넥트재단의 대표교사 자격으로 칸아카데미의 미국 본교에 다녀왔다. 신 교사는 “태블릿과 인터넷, 교사의 의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며 “에듀테크가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산골학교에 첨단 IT교육, 게임하듯 즐거운 교실 아이들…수학성적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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